남자, 태어나다/남자, 태어나다2(back up)

[스크랩] 그냥 듣고 알았다하면 될 것을...

창성 2006. 8. 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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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너무쓰고 싶었던 주제인데
뭐라고 글로 풀 수가 없어서 쓰다가 그만 한계에 부딪혀 울고 말았다.
어쩜 그렇게 갈피를 못 잡았는지 그냥 우왕좌왕하다가 울어버렸다.
내 어휘력 능력 모든 것에 대한 한계였다.
이거밖에 안 되는가 싶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 했다.
한정된 지면에 간결하게 표현해야 하는 난감함...
그러나 결국 끝내긴 끝냈는데 블로그에 공개하기가 싫었다.
사실 젝시 회원전용 코너로 들어가서 읽어보는 사람만 읽어보게 된다.
그래서 그냥 이번엔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려고 하다가
그냥 내 기록도 되는 것이니기자분이 교정한 것 말고 엉망으로 쓴 원본으로올려본다.
사실 글은 링크시키고 블로그엔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올리고 싶었지만
젝시 회원이 아닌 이웃님들이 더 많기에 그냥 썼던 글을 다시 올린다.
" 얼굴은 잘 안 따지는데,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제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요."

"친구같이 편하고 잘 통하는 사람이 좋죠."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한결같이 등장하는 이상형에 관한 가장 공통된 언급.


이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 내 기준은 외모였다.

조금씩 부딪치며 실상을 알아갈 때 쯤엔 바람끼였고

겪어 보며 나이 들어갈 땐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쓴 맛을 본 후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했던 한 가지를 간절히 원하지만 포기했다.

바로 “ 남자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아니.. “ 남자와 대화하기 ”


사람 나름인데 왜 그런식으로 단정을 짓느냐는 남자와
우리 오빠와는 늘 대화가 끊이지 않는데 뭔 소리냐며
이제껏 무식한 남자만 만난 모양이라며 피식~ 할 여자도 많을 것이다.
물론 사람 나름이고 진짜 잘 통하는 사람도 있기에 어폐가 많은 말 이란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서로 이권이 달려있거나 원초적 성 대립이 되는 문제에 있어선 죽어도 말이 안 섞인다.
그 간단한 예를 들자면 군 가산점이나 생리휴가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고 리플을 봐라.
애 낳는 게 유세냐며 여자도 군대에서 굴려야 한다는 갖가지 다양한 폭언들을 남긴
누군가의 자상하고 말 잘 통하는 애인이자 남편일 남자들의 생각들을..
아마 나도 모르게 불끈해서 “ 아~ 놔 로긴하게 만드네!! ” 하고 자판을 두들기게 될 것이다.
니가 뭘 알아 여자의 마음을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니가 했던 이런 이런 행동들이 준 상처가 아직도 날 고통스럽게 하고
점점 우리 관계를 힘들게 만들어 이젠 한계가 오는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이 자꾸 커지는 만큼 상처가 더 아파져서 못 견디겠어.
내가 아플 때 마다 나도 인간이니까 사랑만으로는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너한테 화내고 짜증 낼 때마다 힘들어 하는 너를 보는 게 내가 아픈 것 보다 더 괴롭다.
너 힘들게 하느니 그냥 내가 괴로운 게 나을 것 같아.
미안해… 나 너 그만 힘들게 하고 싶어… 사랑하니까.. 그만 하고 싶어.
자, 여기서 질문하나 하겠다.
위의 말을 여자친구에게 들었다면 남자인 당신은 요점을 이해했는가?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혹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얼른 감이 오는가?
여자들은 대번에 간파했을 것이다.
자세한 상황설명 없이도 저 여자가 받은 고통과 남자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까지.
남자를 사랑하는 만큼 잠깐 한 눈을 팔거나 사소한 거짓말, 반복되는 부주의한 행동들로
받은 상처가 더 커지고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남자인데 소리치고 화내는 여자가
자꾸 나쁜 여자가 되어가고 그녀가 받은 상처는 그냥 과거이야기 들먹이는 것으로만
치부받는 것이 속상해서 그걸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알아들었다.
해묵은 과거사를 들먹이며 헤어지자는 간단한 말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에
그만큼 고통스럽고 아프다는거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그만 하고 싶다고? 나 땜에 고통스럽다고? 그래서 헤어지자는 거지?
지가 그렇게 고통스럽다고 하니 헤어져주면 되는 거지?
“알았어.. 헤어지자.. 그렇게 나 때문에 힘들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지가 그렇게 고통스럽고 서러워서 헤어지자고 해 놓고는 알았다고 했는데
얘 갑자기 왜 길길이 뛰고 난리? 먼저 얘기 꺼낸 게 누군데.. 왜 저러는 걸까?
어휴.. 저 놈의 과거 얘기 또 나오네! 또!!! 지겹다 지겨워.
언제적 얘기를 까먹지도 않아
맨날 과거 실수를 골백번도 더 꺼내고 무슨 상황이건 매번 그 얘기 뿐이다.
“ 넌 또 그 얘기냐? 응? 또??? 그래서 지금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
“ 그래그래. 그만하자.. 실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결국엔 이렇게 되는구나.”
니가 번번히 내 상처로 고통받는 게 싫다면서 내가 다 상처 받겠다며 질질 짤 땐 언제고
갑자기 돌변해서 본격적으로 그때 실수에 대해 조목조목 폭발해버리는 그녀…
왜? 방금 전 지가 이럴 때 마다 내가 힘들어하는 거 싫다며!!! 갑자기 왜 이래!
하긴 기분 좋게 함께 비디오를 고르다가 새로 출시 된 비디오에 잠깐 시선을 준 것 뿐인데
뜬금없이 “왜? 저걸 보니 언 년이 떠오르시나보지?” 하며 작년 가을 여자후배와 영화 본
티켓을 주머니에 넣어놨다가 들킨 일을 상기시키며 분위기 싸~ 하게 만들고,
분위기 좋은 바에 데려가 인터넷에서 찾아 본 인기 칵테일을 주문해주었더니
“누구랑 이런 데도 와 봤나 보네?“ 하며 찔러보는 그녀가 지겹고 화나는 건 안다.
지금 새로운 문제로 다투어도 결국엔 자꾸자꾸 예전 실수만 들추어 내고 그 얘기만 한다.
이미 싸울 만큼 싸워서 끝낸 건데 지금 이 상황에서 왜 뜬금없이 저럴까 싶어
참는 것도 한 두번 이지 저렇게 물고 늘어질 땐 미안했던 마음도 싹 사라진다.
자꾸 그렇게 괴롭힐거면 그토록 고통스러우면 그냥 헤어지는게 낫다니 헤어지자..

그냥 들으라구!!

여자와 남자는 이래서 대화가 힘들다.

여자는 지금의 문제 역시 상처의 근원이 해결되어야 전진이 가능하고

남자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키우며 비전을 향해 전진하고 싶어한다.

죽어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지금 이 대화가 가능한 여자와

오로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남자.. 서로 답답해서 점점 말하기가 싫어진다.

새롭게 벌어진 일에 과거를 들먹거린다고 하지만 모든 게 다 그전 상처가 원인이라

아직도 아프고 아직도 힘들다는 거다.

남자는 그녀 가슴에 박았던 칼을 깨끗하게 뽑아주었고 상처도 아물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가슴엔 아직 칼날이 남아 있어서 지금그 손가락으로 누른 게 그 자리라는 건데

지금 손가락으로 누른 것만 이야기해야지 왜 또 칼 얘기는 꺼내 냐며 말문을 막아버리면

여자의 가슴에 박힌 칼날조각은 사각사각 더 깊이 파고든다.

과거로 올라가서 그 칼을 없앨 수도 없는 일인 거 알기에 되돌려 놓으란 것도 아니고

가슴에 남은 칼날을 직접 수술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목숨 걸고 갑옷입고 용하고 싸울 필요도 없고 절벽에서 꽃을 따 줄 필요도 없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 분 풀릴 때 까지 차라리 그냥 쳐라 쳐~

하며 얼굴 들이밀지도 말아라.

그냥 칼을 박았던 사실을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그녀가 아프다고 신음할 때는 “많이 아팠구나.” 라고 그녀가 아픈 걸 알아주기만 하면

그저 묵묵히 다 들어주기만 한다면 가슴 속 칼날은 저절로 녹을 것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수 많은 장애물이 있어도 훨씬 수월하게 넘어 갈 것이고..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앞으로 오래 함께 하고 싶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그녀라면,

나쁜 놈으로 몰려 열통 터지고 나름대로 화가나고 억지 쓰는 게 억울해도

입 꾹 다물고 그녀가 다 상처의 고름을 다 터트리고 피를 흘릴 때 조용하게 닦아주며

알았으니 그만 아프자고, 이제 안 아프게 한다고 하자.

그 상처를 내보이고 터트리는 것도 번번히 여자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다.

당신이 인정한다고 해서 마치 법정에서 꼬투리를 잡은 검사마냥 의기양양 하자는 게 아니다.

당신은 군대 고참 학교 선배에게 모든 억울함의 극한과 부조리를 맛본 대한민국 남자아닌가.

보기 싫은 고참 혹은 막무가내 선배의 헛소리와 억지를 참아 줬는데

사랑하는 그녀의 넋두리는 왜 못 참아 주는가.